운동이야기

지옥 같은 1분의 줄넘기를 1시간 지속하는 힘

하까되 2022. 7. 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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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다. -피겨여왕 김연아-

 

1시간 하겠다던 나, 1분도 지옥이었다.


어릴 적 체육시간을 상기하며 나는 줄넘기를 시작했다. '줄만 넘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줄넘기를 하는 순간 5개가 한계였다. '줄 길이가 잘못됐나?, 바닥에 뭐가 있나?, 신발에 문제가 있나?' 변명이 붙었다. 변명해봤자 5개는 돌릴 수 있으니 무작정 줄넘기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줄이 걸려도 줄넘기를 했다. 1분이 지났다. 1분만 줄넘기했을 뿐인데 숨은 턱밑까지 왔다. 다리는 땡기기 시작했고, 오늘 하루 먹었던 것이 올라온 기분이었다. 1분 만에 주저앉아버렸다. 10년 넘게 운동을 하지 않은 나였기에 정말 저질 중에 왕저질체력이었다.

 

목표는 1시간 줄넘기였다. 하지만 나에게 1시간의 줄넘기는 너무나도 먼 시간이었다. 자꾸 줄넘기의 줄이 걸려버리니 따갑다. 줄넘기를 10개도 할 때도 있고 단 1개도 못할 때도 있었다. 모든 것이 힘들고 짜증 났다. 솔직히 부끄럽지만 포기하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한 지 오래였다. 줄넘기 1분도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밉기도 했지만, 그동안 운동을 안 했던 자기 자신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줄넘기 1시간을 할 수 있었던 건 자기 암시였다.


정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줄넘기 10개도 못하는 나에게 계속 자기 암시를 했다.

 

이 간단한 줄넘기도 못하는데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계속 이렇게 배 나온 아저씨로 살 거야?

내가 고작 이거밖에 안됐나?

이건 노력도 아니다. 아이들도 이 정도면 웃으면서 한다.

지금 이 순간 힘들어도 나중에는 웃을 수 있을 거야.

포기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분명 지금 삶이 싫다고 했는데 돌아갈 거야?

허리 아프다며 살빼야겠다며 진짜 포기할 거야?

나야... 안 죽어. 더 해보자. 또 해보자. 다시 해보자.

멍청한 내가 알고 있는 왕도는 무작정 해보는 것 밖에 없다.

32년 동안 바라기만 했다. 이루어진 게 없었다. 이제는 해보자. 우주의 시선이 나한테 꽂힐 정도로.

지금 집에 가면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불편할 거야.

다른 사람도 한다. 나도 할 수 있다.

줄넘기 안 해도 되는 이유는 많다. 줄넘기하는 이유는 하나다. 줄만 넘으면 된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나는 눈을 감고 계속 자기 암시를 복기했다. 블로그에 줄넘기해서 좋은 모습 보여준다고 떠들어놓고 포기하고 집에 갈 수는 없었다. 처음 줄넘기했을 때, 1분이 지옥 같았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넘기 한번 넘을 때마다 지옥이었다. 그래도 눈을 감고 자기 암시를 하며 줄이 걸려도 줄넘기를 했다. 우연히 시간을 봤을 때, 이미 1시간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난 줄넘기에서 작은 성취를 집에 가져갈 수 있었다.

 

누가 보면 1시간 줄넘기하면서 거창하게 한다고 느끼겠지만, 나의 줄넘기 세계는 보통사람에게 미치지 않는 땅 밑이다. 그러나 줄넘기 세계의 한계라는 벽을 차츰 부수고 나가면 언젠간 하늘에서 아름다운 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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